【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이 차는 3시리즈 쿠페가 아니다. 3시리즈와 비슷하게 생긴 쿠페지만, 이 차의 이름은 '3'이 아닌 '4시리즈'다. 이름이 확 바뀌면서, 서너 발자국 진화했다. 3시리즈 세단을 기본으로, 더 날렵하고 섹시하게 다듬은 쿠페라는 건 같지만, 이전 3시리즈 쿠페보다 부쩍 강렬해졌다. 3시리즈 세단보다 무게 중심이 확 낮아졌고, 골격 역시 매우 강해졌다. 2리터 디젤엔진이 달린 420d를 시승했는데, 일전에 시승했던 320d와는 맛이 많이 달랐다. 이건 화끈할 정도로 매운 맛이었다. '3'과 '4'는 한 끝 차이가 아니었다.
겉모습
3시리즈 세단을 기본으로 만든 쿠페이지만, 3시리즈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더 넙적하고 또렷하며 공격적이다. 3시리즈은 멋졌는데, 4시리즈는 짜릿하다. 구체적으로 1.4cm 길어졌고, 1.5cm 넓어지면서, 지붕이 6.7cm나 낮아졌다. 3시리즈와 여러 모로 공유하고 있는 것 같지만, 3시리즈에서 전해 받은 건 보닛과 문 손잡이, 사이드 미러 밖에 없다. 외부에 보이는 나머지 부품들은 모두 4시리즈를 위해 새로 만든 것이다. 4시리즈를 디자인한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에게 직접 들은 것이니, 틀림 없을 거다.
▲ 1989년식 3시리즈 쿠페와 2013년식 4시리즈의 크기 비교(위)
속모습 사실 4시리즈의 속모습은 힘주어 얘기할 것이 별로 없다. 데시보드는 3시리즈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고, 시트는 새로 만들어서 낮게 깔아 놨지만, 역시 3시리즈와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3시리즈에 있던 것을 낮게 깔린 4시리즈에 맞게 변형한 것이므로, 별로 언급할 게 없다. 시트포지션이 확 낮아졌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되겠다. 더구나 실내 디자인은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가 관여한 것도 아니다.
달리는 느낌 잘 달리는 차의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가볍고, 골격이 단단하고, 무게 중심이 낮아야 하는데, 4시리즈는 이 모든 걸 수준 이상으로 갖췄다. 이전 3시리즈 쿠페보다 폭과 길이는 늘었지만, 무게는 가벼워졌다. 문짝이 두 개 달렸기 때문에 3시리즈 세단보다 골격이 단단해졌고, 지붕을 낮추면서 무게 중심도 함께 낮췄다. 무게 중심을 어떻게 낮췄는지는 모르겠지만, 3시리즈 세단보다 훨씬 낮고, 한 달 전에 시승했던 Z4 로드스터만큼 낮다.
낮고 단단하니 정말 잘 달린다. 바닥에 착 붙어 돌아가는 느낌이 아주 믿음직스럽다. 기어 노브 옆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놓으면 서스펜션이 탄탄해진다. 유연하게 풀렸던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서 팽팽하게 경직되는 느낌이다. 3시리즈 세단보다 약간 가벼워진 420d의 '제로백(정지에서 시속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7.3초로,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쓴 320d, 520d보다 각각 0.3초, 0.6초 빠르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 3시리즈에 없던 부품이 딱 하나 생겼는데, 앞바퀴 뒤에 부메랑처럼 생긴 '에어 브리더'다. 모양만 공기가 통할 것처럼 생긴 게 아니라, 실제 구멍이 뚫려서 바퀴를 휘감고 흐르는 공기를 원활하게 뽑아주는 구실을 한다. 이 구멍은 강원규가 디자인한 4시리즈에 처음 들어갔고, 이후 나올 BMW에도 빠짐없이 적용될 거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에어 브리더'를 '강원규 브리더'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카미디어>에서는 앞으로 이 부품을 '강원규 브리더'라고 부를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뱅글이 처음 디자인한 '뱅글 부트'나 빌헬름 호프 마이스터가 처음 그린 '호프마이스터 킨크'처럼.
▲ 트렁크 리드를 측면으로부터 뽑아온 두 개의 라인으로 연결한 '뱅글 부트'(왼쪽), 뒷유리창 끝부분이 부메랑처럼 날렵하게 꺾이는 '호프마이스터 킨크'(위), 앞바퀴에서 생긴 와류를 쑥쑥 뽑아주는 '강원규 브리더'(아래).
참고로 크리스 뱅글은 1992년부터 2009년까지 BMW 디자인 디렉터였고, 호프 마이스터는 1960년대 즈음에 BMW 디자인 디렉터였다.
기억해야 할 숫자 1세대 4시리즈는 우리나라에 두 종류가 들어온다. 시승했던 420d 럭셔리 라인과 428i M스포츠 패키지로, 가격이 각각 5,530만원, 6,420만원이다. 890만원의 차이 속에는 여러가지 장비들이 들어 있다. 일단 420d는 2리터 디젤엔진이고, 428i는 2리터 가솔린 엔진이며, 420d에는 강원규가 디자인한 범퍼가 붙어 있지만, 428i M스포츠패키지에는 BMW M디비젼에서 디자인한M퍼포먼스 패키지가 적용된다. 그 외에 428i M스포츠패키지에는 탄소 섬유가 곁들여진 앞-뒤 범퍼와 파란색 M스포츠 브레이크, 그리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19인치 M스포츠 경량 휠, 시트와 핸들, 천정 등이 약간 스포티하며, 더 좋은 스피커 등이 들어간다.
>>> 방송인 배한성의 BMW 420d 시승 동영상 http://brf.kr/fe
>>> BMW 420d의 급가속 동영상 http://brf.kr/iX
>>> 설명이 더해진 50여 장의 사진으로 엮은 BMW 420d '오토포토' http://www.carmedia.co.kr/photo/autophoto.php?id=105
글ㅣ장진택 기자 jt@carmedia.co.kr 사진·영상ㅣ정홍교 기자 hg@carmedia.co.kr Copyrightⓒ 자동차전문매체 《카미디어》 www.ca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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