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_EX

【인제(강원)=카미디어】 김현준 기자 =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10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 라이브(이하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를 열었다.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는 국내에 출시된 모든 재규어가 동원되는 행사로, 광활한 서킷에서 힘찬 재규어의 주행성능을 힘 닿은 데까지 만끽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짐카나와 서킷주행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프로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재규어를 동반석에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돋보인 차는 단연 'F-타입'이었다. F-타입은 지난 8월 한국에 출시된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로, 재규어 'E-타입'을 계승한 모델이다. E-타입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 칭송받는 모델이기도 하다. F-타입 역시 아름다운 외모로 여러 가지 디자인 상을 휩쓸기도 했다. 하지만 인제에서 빛난 건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외모 속에 숨겨진 '거짓 없는' 달리기 실력이 압권이었다.
 

F-타입은 '솔직하고 순수한 스포츠카'다. 운전자가 저지른 실수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거친 핸들링 및 페달 조작 등을 뚜렷하게 티 낸다. 너무 감춰주질 않아서 민망하기까지 하다. 웬만한 실수를 감싸주는 최신 스포츠카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이리 저리 날뛰진 않는다. 운전자가 실수를 만회하려고 핸들을 돌리면, 옆에서 조용히 돕는다. 포르쉐 911이 "마구 몰아쳐봐, 내가 다 받아줄께"라고 말한다면, F-타입은 "니 운전실력 알겠지? 이제부터 내가 살짝 도와줄게"라고 말한다. 911은 무작정 속도를 올리고 격하게 핸들을 돌리며 질주하게 되는데, F타입의 운전석에선 바짝 긴장하고 예민하게 조정해야 한다. 어떤 차가 수가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둘은 많이 다르다.
 

꽉 조여진 손 맛, '버러럭' 거리며 뇌를 흔들어 놓는 배기음, 무게가 실릴수록 칼같이 돌아나가는 코너링, 495마력(V8 S모델, 일반 F-타입은 340마력)에 달하는 화끈한 출력도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순수하면서도 절제력 있는 몸놀림이 훨씬 빛난다. 510마력짜리 'XKR'과 'XFR'도 인제서킷 위를 아주 잘 달렸지만, F-타입과 비교하면 몇 수는 접어줘야 한다. 차체가 무겁고 무디게 느껴진다. F-타입을 먼저 타본 게 조금 미안할 정도였다.

파격적인 짐카나 체험도 있었다. 대부분의 짐카나는 '미니'나 포르쉐 '카이맨' 등 작고 민첩한 자동차로 진행되는데, 재규어 행사에서는 'XJ L(XJ의 길이를 늘린 롱휠베이스 모델)'과 'XF'로 진행됐다. 영국에서 찾아온 두 명의 인스트럭터는 "덩치에 비해 날렵한 XJ L과 XF의 특성을 제대로 느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대로 짐카나에서도 XJ L과 XF의 특성이 잘 드러나긴 했다. XJ L의 핸들링은 점잖았고, XF는 제법 찰지다. 하지만 큰 덩치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짐카나를 마치고 나서 한 인스트럭터에게 "짐카나를 하기엔 너무 크고 무겁다"라고 투정부리자, 그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 행사장 사진 곳곳에서 '재규어 익스피리언스(JAGUAR EXPERIENCE)'라는 단어가 보이지만, 이번 행사의 정식 명칭은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 라이브(JAGUAR RACE ACADEMY LIVE)'다.

재규어는 이전에도 여러 가지 체험 행사를 열었지만,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라 이름 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세계에서도 최초이며, 앞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재규어의 체험행사는 모두 ‘아카데미’라는 ‘학구적’인 이름을 쓰게 된다. 행사 내용에 따라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 '재규어 퍼포먼스 아카데미' 등이 되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 예정된 ‘아카데미’는 오래 전에 예약이 끝났으니, 이 글을 읽고 ‘학구열’에 불타는 학생은 다음 번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에 참가하면 되겠다. 언제 열릴지는 아직 모른다. 정보를 캐는 데로 <카미디어>에 가장 먼저 알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