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휀(독일)=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딱 4년 만이다. 포르쉐 파나메라가 나온 지 4년 됐고, 독일에서 파나메라를 타고 질주한 지도 4년이 지났다. 포르쉐는 부분변경된 파나메라를 발표하면서 4년 전의 그 장소에서 똑같은 시승행사를 펼쳤다. 시승 코스도 같았고, 같은 호텔에서 파티를 열었고, 똑같은 곳에 신차를 올려두고, 똑같은 곳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맞어, 여기에 이게 있었지." "저쪽에서 찍어야 잘 나온다고!" 초청된 기자들은 4년만에 모교 교실을 찾은 것처럼 너스레를 풀었다. 낯선 건 오직 파나메라였다. 물론, 완전히 바뀐 건 아니다. 앞과 뒤를 약간 바꾸면서 품질과 주행감을 높인 '부분변경' 파나메라에, 길이를 15cm 늘린 롱-휠베이스 버전이었다.
▲ 4년 만에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신차시승회를 열었다. 왼쪽 구석에 있는 사진이 4년 전
겉모습 2009년 6월20일에 찍었던 그 장소에서 2013년 6월 20일에 같은 사진을 찍었다. 물론 부분변경된 파나메라다. 앞모습과 뒷모습이 부쩍 단정해졌다. 프리젠테이션 중에 '리파인(Refine)'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정제하다'라는 뜻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자주 쓰는 단어다. 앞 뒤 램프와 범퍼가 확실히 '리파인'됐다. 뒷 번호판을 범퍼 아래로 내리면서 엉덩이가 특히 매끈해졌다.
부분변경 파나메라에는 허리를 15cm 늘린 롱-휠베이스 버전인 '이그제큐티브' 모델이 새로 생겼다. 살짝 길어 지면서 뒷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묵직해 보이긴 한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고집을 내려놓고 시장의 요구에 적극 대응한 디자인으로 보는 게 옳다. 포르쉐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등, 기사를 두고 타는 VIP들을 위한 배려"라며, "이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접수되는 요구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모습 바뀐 게 거의 없다. 천정에 달린 실내등부터 바닥에 깔린 매트까지 변함없다. 바뀐 건 오직 15cm 길이를 늘린 이그제큐티브 모델이다. 외부에서 늘어난 15cm의 길이 중 12cm가 뒷좌석 발 공간에 할애됐다. 나머지 3cm는 뒷좌석 등받이를 약간 눕히는 공간으로 쓰였다.
▲ 허리를 15cm 늘리면서 무릎 공간이 12cm 넓어졌다. 달리는 오피스로도 손색이 없다
12cm가 넓어진 뒷좌석에는 넉넉한 모니터와 노트북을 안정적으로 두드릴 수 있는 접이식 탁자가 들어왔다. 매우 빨리 달리는 사무실로도 손색이 없을 거 같다. 참고로 파나메라 이그제큐티브 모델의 승차감은 일반 모델에 비해 조금이나마 진중하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그런 성질을 갖게 된 듯하다.
달리는 느낌 4년 만에 같은 코스를 달렸다. 뮌휀 공항에서 출발, 한 나절 만에 알프스 산이 병풍처럼 둘러진 슈로스 엘마우까지 달렸다. 속도무제한의 아우토반과 속도 제한의 국도, 지평선이 보일 법한 직선로와 창자처럼 휘어진 와인딩 로드 등이 황금비율로 혼합된 코스다. 4년 전에 원형 파나메라 터보로 찍은 최고시속은 278km. 하지만 지금은 시속 285km로 아우토반을 주름잡는 부분변경 파나메라 터보에 앉아있다.
파나메라는 부분변경을 하면서 엔진이 모두 세졌다. 그냥 파나메라는 10마력 세졌고, 파나메라S와 터보는 각각 20마력이 세졌다. 눈에 띄는 건 파나메라S에 들어간 신형 엔진이다. 배기량을 1.8리터 줄이면서 20마력이나 세졌기 때문이다. 4.8리터 엔진이 3리터로 줄어들었는데, 출력이 400마력에서 420마력으로 오른 거다.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3초 줄인 5.1초가 되면서,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동시에 좋아진 것도 눈에 띈다. 제대로된 '다운사이징'이다.
모든 시승차에는 PDK(더블클러치 변속기)가 달려 있었는데, 변속이 이전보다 확실히 똑똑해졌다. 슬슬 달릴 때는 높은 기어를 찾아 들어가 연비를 올려줬고, 가속패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중립으로 빠지며 탄력 주행으로 연비를 또 올렸다. 하지만 뱀처럼 휘어진 와인딩 로드를 주름잡을 땐 높은 알피엠을 공략하며 2톤에 가까운 파나메라를 장난감처럼 밀고 당겼다. 이 맛에 포르쉐 탄다.
▲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연비가 무려 32.3km/l(유럽기준)에 이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나메라가 들어온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 신형 파나메라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됐다. 333마력을 내는 슈퍼차저 엔진과 95마력짜리 전기모터로 구성된 모델로, 가속패달을 꾹 밟으면 모터와 엔진이 힘을 합쳐, 최대 416마력으로 '제로백(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5초만에 끊고, 가속패달을 살짝 밟으면 95마력짜리 전기모터만으로 시속 135km까지 모기 소리만 내면서 달린다. 배터리는 3시간 정도면 완전 충전이 되는데, 이 상태로 36km를 달릴 수 있다. 회사와 집이 15km 정도 떨어진 사람이라면 기름을 태우지 않고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충전기에는 타이머가 달려 있어서 심야전기로 충전할 수도 있다. 이 마술 같은 파나메라는 유럽 연비로 32.3km/l을 기록했는데, 한국에서는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 파나메라S E-하이브리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한국에 들어오는데, 전기차로 등록되진 않는다. 몇 천만 원에 이르는 전기차 구입지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억해야할 숫자 오늘 우리나라에 발표된 신형 파나메라는 총 9개 모델이 한꺼번에 나왔다. 가격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저렴한 파나메라 디젤이 1억2,080만원부터 시작하고, 가장 비싼 파나메라 터보 이그제큐티브(15cm 긴 롱-휠베이스) 모델이 2억5,690만원이다.
독일 본사에서 딱 4년 만에 같은 장소로 초대해 발표했던 부분변경 파나메라는 한국에서는 약간 엇나간 상태에서 신차발표를 했다. 4년 전에는 9월22일에 하얏트 호텔에서 발표했는데, 부분변경모델은 이틀이 늦은 9월24일에, 3km 정도 떨어진 신라호텔에서 발표했다.
>>> 리터당 32.3km(유럽 기준) 달리는 포르쉐 파나메라S E-하이브리드 급가속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jrZKOw-ds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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